검찰에 사건 넘긴 공수처… 尹 ‘친정’에선 입 열까

입력 2025-01-23 18:41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이 차장은 “피의자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사법 절차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지 8일 만에 검찰로 넘겼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한 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다. 피의자 신문조서도 만들지 못했다. 다만 군 관계자들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병력을 더 보냈어야 한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조사를 전면 거부한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23일 윤 대통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며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윤 대통령 기소 권한이 없다. 공수처는 1차 구속기한을 28일까지로 계산했지만 불필요한 시비를 막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송부 시점을 정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수사기록 3만여쪽도 함께 검찰로 보냈다. 공수처가 직접 생산한 기록은 1만여쪽에 이르며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만든 질문지 230여쪽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날인을 거부해 피의자 신문조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대신 군 관계자를 조사하며 윤 대통령이 ‘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새벽 1시20분쯤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병력을 500명 정도 투입했다고 하자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한 직후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실행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공수처는 국회의원 체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계엄 모의 등에 관한 진술도 확보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가담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사건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다만 검찰이 공수처 수사기록을 얼마나 활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 측은 향후 재판에서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거론하며 진술 등에 대해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로선 공수처 기록 활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향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이 이의신청과 체포적부심을 모두 기각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권 위반을 주장한다. 내란죄 수사권도 쟁점 중 하나다. 임병열 청주지법원장은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언급하며 “공수처에서 청구한 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가”라는 의견을 남겼다.

윤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에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대리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공수처와 같은 불법 수사가 아니라 적법절차를 준수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응할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공수처에서 넘긴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윤 대통령을 조사할 예정이다. 설 연휴 이후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