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김동선·아워홈 2세 구지은 격돌… 아워홈 인수전

입력 2025-01-24 01:26

한화그룹이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기업인 아워홈 인수에 나서면서 회사를 지키려는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 측과 대립하고 있다. 인수전은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주도한다. 현금 창출력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들과 식품 산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게 목표다. 다만 구 전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권 행사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경우 또다시 아워홈 오너가 남매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우선 매각에 우호적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의 지분 57.84%를 약 8600억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이 함께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선다.


아워홈 정관에 따라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한화는 나머지 지분 중 20.67%를 보유한 구 전 부회장이 매각에 끝까지 반대할 가능성을 고려해 구본성·구미현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유상증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구 전 부회장 측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SPA를 강행할 경우 구 전 부회장 측이 우선매수권을 앞세워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워홈은 정관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했던 아워홈의 남매갈등이 다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된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어펄마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한화그룹보다 먼저 구본성·미현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가 이사회에서 가로막힐 가능성도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의 자금 동원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2020년 사모펀드에 단체급식·식자재 부문인 푸디스트를 매각했던 한화가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이유는 단체급식업이 알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전국의 아워홈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실사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푸드테크·로보틱스 등 김 부사장 산하 계열사의 기술을 아워홈 사업장에 접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항공·방산·조선·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그룹 내 단체급식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아워홈은 단체급식 시장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점유율 2위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850여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 멕시코 등에도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과 김 부사장 모두 음식 사업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경영 능력도 보여줬다”며 “외식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는 김 부사장과 선친이 꾸려온 회사를 지키려는 구 전 부회장의 대결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