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이 밥 먹여주지 않아”… ‘성장’으로 방향 튼 李

입력 2025-01-23 18:56 수정 2025-01-24 00: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역설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성장 우선 담론을 꺼내 들었다. 비상계엄 여파 속에 경제위기가 증폭되자 자신의 대표 의제인 ‘기본사회’ 대신 ‘성장’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이슈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밝혔다.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국가주석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해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메시지의 초점은 ‘회복과 성장’에 맞춰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상실됐다”며 “회복과 성장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 식의 성장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금지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 전환, 주식시장 선진화, 인공지능(AI)·로봇 집중투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노선 ‘우클릭’은 탄핵 정국에서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개를 들자 다시 한번 중도층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AI 시대에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 되겠지만 지금은 경제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이 가장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해서 그 문제(기본사회)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선(先) 성장, 후(後) 복지·분배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