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한국 라면을 먹으며 자랐어요.” 23일 경기도 군포시 농심 안양공장에서 만난 미국인 크리스(33)는 평소 매운맛을 좋아해 육개장과 신라면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낸시(32)는 “최근 미국에서 신라면 툼바 맛을 보고 관심이 가서 공장 견학을 신청했다”고 말하며 한국 라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농심은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을 맞아 외국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특별 공장 견학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농심 안양공장에는 10여개국 20여명의 관광객이 함께했다. 안양공장은 스낵과 생·냉동면 등을 생산하는 농심의 주요 공장이다. 신라면, 육개장, 새우깡, 꿀꽈배기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면의 배합부터 포장까지의 생산 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K라면의 제조 과정을 확인했다. 홍보관에서는 1965년 롯데라면 출시로 시작된 농심의 역사를 살펴보며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즐거워한 시간은 단연 시식 체험이었다. 신라면 외에도 오징어짬뽕, 짜장범벅, 신라면 툼바 등을 맛볼 수 있었다. 한 달에 열 번 한국 라면을 먹는다는 러시아 출신 옥사나(24)는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신라면이지만, 해물맛을 좋아해 오징어짬뽕 설명을 듣고 골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신라면툼바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20여명의 참가자 중 5명 이상이 선택했다. 호주 출신 크리스틴(23)과 중국에서 온 송지홍(37)은 “생소해서 궁금했는데 느끼하지 않고 매운맛도 적당해 좋았다”며 여분의 라면을 가져갔다. 신라면 툼바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300만개를 돌파할 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월 판매량 기준 스테디셀러 오징어짬뽕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1분기 안에는 호주, 일본,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K라면의 글로벌 위상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은 12억4845만 달러(약 1조8100억원)로 전년 대비 31.1%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농심은 100여개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럽 판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40% 수준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을 올해 50%까지 확대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