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팀 없앤 SK 계열사들…“생존이 우선”

입력 2025-01-24 01:19

SK그룹 일각에서 ESG 경영에 힘을 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SK 일부 계열사들은 조직 개편을 통해 ESG 전담 조직을 없앴다. 팀장 숫자를 줄이는 조직 슬림화를 실시하면서 ESG팀을 다른 부서 밑으로 통폐합한 것이다. 심각한 경영난이라는 계열사 내부 상황뿐 아니라 ESG 기조 약화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줬다.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 보호(E), 사회적 책임(S), 투명한 지배구조(G)를 고려해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공식 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12월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ESG팀을 각사 성과관리팀 밑으로 편입시켰다. ESG 업무 기능은 유지하지만 독립된 팀으로 뒀던 ESG 조직을 다른 부서의 하부 조직으로 급을 낮췄다. 조직 개편은 기업의 방향성과 비전에 관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ESG 조직 통폐합은 기존 업무 기능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관련 거버넌스나 예산을 축소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이 친환경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던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팀 일부도 해체됐다. 쓰레기 피드를 수급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알 인프라(R-infra)’팀 구성원들은 이전 부서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이 계획했던 총투자비 1조8000억원 규모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ARC)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게 되면서다.

SK지오센트릭과 SK에너지는 ESG보다 당장 생존이 중요한 계열사들이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2720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SK에너지도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3775억원 감소한 423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3일 “두 회사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운영개선의 최일선에 있다”며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잠잠해진 점도 관련 조직 해체에 영향을 미쳤다. ESG 경영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유럽연합(EU)의 ESG 규제 완화 추진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생존에 집중하게 된 점도 ESG 관심도를 낮췄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ESG 컨설팅 시장이 많이 쪼그라들었다”며 “기업들의 발주량 자체가 확연히 줄어 최근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