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23일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 문건과 계엄 포고령을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진술에서 비상계엄의 주된 책임을 부인하는 듯했던 김 전 장관은 이날 증언에선 주요 사안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포고령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직접 신문하며 본인이 주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언의 진위는 곧 가려지겠지만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국가비상입법기구 문건을 당시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는 윤 대통령을 통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해당 문건에 대해 “저는 그걸 준 적도 없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밖에 없다”고 한 반면 조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제가 앉자마자 (대통령이 문건을) 건넸다”고 해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계엄 포고령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검찰 등에서 “초안을 썼지만 최종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검토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증언에선 “10·26과, 12·12 당시의 포고령을 보고 직접 작성했다”며 번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장관께서 그것(포고령 초안)을 갖고 오신 걸로 기억된다”면서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추상적이라 집행 가능성도 없어서 ‘그냥 둡시다’ 하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시냐”고 직접 신문했고, 김 전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증인신문에서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특전사령관의 증언을 부인하며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의 이날 증언은 검찰 조사 때의 진술과는 달리 윤 대통령의 답변과 대부분 일치했다. 본인의 불이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당초 거부하겠다 했던 반대신문에 응하기도 했다.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가볍게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대목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진술만으로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자들이 수도 없이 많고, 국민도 TV 등을 통해 생생히 지켜본 일이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진실을 덮으려 하다간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