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카카오페이에 59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국계 기업인 알리페이 싱가포르에 자사 전체 고객 4000만명의 개인정보 542억건을 동의 없이 무단 전송했다고 본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이 과정에 연루된 애플에도 과징금 24억500만원과 과태료 22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인정보에 대한 국외 이전 요건을 갖추지 않은 카카오페이와 애플에 과징금 등을 부과하기로 의결하고 적법한 요건을 갖추도록 시정명령했다고 23일 밝혔다. 과징금은 관련 사업 부문 3개년도 평균 매출액의 최대 3% 범위 내에서 부과하도록 돼 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애플이 사용하는 NSF 점수를 산출하기 위해 고객 4000만명의 개인정보를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동의 없이 애플과 알리페이에게 전송했다. 전송된 개인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카카오페이 가입일, 충전 잔고 등 24개 항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누적된 전송 건수는 542억건으로 파악됐다.
NSF 점수는 ‘Non Sufficient Funds Score’의 약자로 일종의 신용 점수다. 애플은 이용자의 소액 결제 신청을 즉시 청구할지, 여러 건을 묶어서 일괄 청구할지 판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NSF 점수는 이 시스템에 입력되는 데이터 중 하나다. 이용자 계정 내 자금 부족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카카오페이는 NSF 점수 산출에 필요한 고객 정보를 알리페이에 전송했고, 알리페이는 NSF 점수를 산출해 애플에 제공했다. 애플은 알리페이에 NSF 점수 산출 등을 위한 시스템 업무를 위탁해왔다. 애플은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사실과 그 수탁자인 알리페이를 고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 받은 것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이런 결과를 맞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계속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