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이 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했다. 그간 방통위는 그의 직무 정지로 1인 체제가 되면서 기능이 멈춰 있었다. 아직 2인 체제 의결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지만, 법정에서 ‘2인 체제 의결이 위법은 아니다’는 의견이 채택된 만큼 이를 토대로 밀린 업무를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 기일을 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국회는 지난해 8월 2일 이 위원장이 방통위 법정 인원인 5인 중 2인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한다. 이때 ‘재적 위원’이란 법으로 정해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해 의결을 위해서는 5인의 과반수인 3인 이상 필요하다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 등 4명은 기각 의견을,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 등 4명은 인용 의견을 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날 기각이 결정되면서 이 위원장은 직무 정지 174일 만에 방통위로 복귀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헌재 선고 직후 곧바로 정부과천청사로 복귀하면서 “(헌재 의견이) 4대 4든 5대 3이든 기각 판단이 났고, 이 판단은 헌재 전체의 뜻이다. 2인으로도 최소한 행정부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판단을 내려준 의미 있는 결과”라며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직무에 복귀해서 급한 일들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복귀하면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지상파 재허가와 해외 빅테크 과징금 부과를 꼽았다. KBS 1TV와 MBC TV를 포함한 국내 12개 사업자 146개 채널은 지난해 말까지 재허가 의결이 돼야 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1인 체제였던 탓에 무산됐다. 이들은 사실상 무허가 방송 중인 셈이라 의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경우 방통위가 2023년 10월 조사를 마치고 과징금 부과 계획까지 밝힌 바 있는 사안이다. 방통위는 두 회사의 인앱결제 문제를 들어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탄핵안 기각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탄핵소추를 주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만시지탄이지만 오늘 탄핵 기각 결정이 이재명 세력의 탄핵 독재와 방송 탄압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진영 박재현 정현수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