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활황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4 공급을 목표로 세우는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선두주자의 자리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12%, 영업이익은 1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매출은 66조1930억원,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영업이익(20조8437억원)을 웃돌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호실적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 수요 급증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전체 D램 매출 중 HBM이 40% 이상을 차지했고, 연간 HBM 매출은 전년 대비 4.5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부터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8단을 납품 중이다. 같은 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했고, 11월에는 16단 제품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본격적으로 6세대 HBM4의 개발·양산에 나선다. 김기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4 12단 제품은 이미 안정성과 양산성이 입증된 기술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 중 개발과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공급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16단 제품은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공급할 예정인데,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HBM4는 오는 2026년부터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을 위해 대만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TSMC과도 협업 중이다. 또 다른 고사양 메모리인 DDR5, LPDDR5 생산을 위한 선단 공정 전환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AI 수요에 맞춰 고부가 메모리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투자 중 거의 대부분이 HBM과 인프라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DDR4, LPDDR4 같은 레거시(범용) 제품은 생산을 계속 줄이면서 재고를 건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증명된 고부가 제품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중국의 범용 D램 물량 공세에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CFO는 중국 업체의 기술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 “현재 고성능 제품을 위해 주요 공급업체들이 적용하는 선단 공정과 (중국) 후발 업체들의 기술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번 SK하이닉스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앞질렀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4 공급 물량을 선점해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