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4년 4개월 만에 ‘최악’

입력 2025-01-24 02:44
김재훈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는 2001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만4000명(0.4%) 증가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달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부터 두 달 연속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 부진을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떨어진 85.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83.4 이후 가장 낮다. CBSI는 지난해 10월 92.5에서 11월 91.8로 내렸고 12월에는 87.3까지 떨어졌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2024년)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산업별 지수 흐름은 다소 엇갈렸다. 제조업 CBSI는 89.0으로 전월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상품 재고와 업황 등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제조업 CBSI는 83.6으로 전월보다 3.9포인트 하락했다. 채산성과 매출 등의 하락이 주 요인이었다. 다만 다음 달 전망 CBSI는 전산업 85.4, 제조업 89.1, 비제조업 82.6으로 나란히 상승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제조업 CBSI는 지난해 12월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일부 업종의 수출 개선에 따라 약간 상승했다”며 “미국 트럼프 신정부 리스크가 완화될 거란 기대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건설경기 둔화 등으로 악화한 가운데 1월 CBSI가 워낙 저조해 2월 전망은 다소 올랐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업종별 BSI 흐름을 보면 제조업 실적은 화학물질·제품, 전기장비, 1차 금속 등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비제조업은 건설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악화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꼽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제조업은 내수 부진(25.4) 다음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환율 문제 비중이 각각 23.2, 9.9에 달했다. 비제조업은 내수 부진 비중이 22.0,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19.1, 인력난·인건비 상승이 13.0 수준이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6.7로 전월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계절성을 제외한 ESI 순환변동치는 88.1로 1.3포인트 하락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