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발 정치 불안이 끌어내린 경제성장률

입력 2025-01-24 01:10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로 예상(2.2%)을 밑돌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0.5%)의 5분의 1 토막인 0.1%로 쪼그라들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한은이 전망치를 발표한 지난해 11월에 놓친 변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뿐이었다. 계엄·탄핵발 정치 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탄핵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예측이 빗나간 건 소비 부진이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망치(0.5%)에 크게 못 미친 0.2%에 그쳤다. 건설투자도 3.2% 감소했지만 건설업 불황이 지난해 내내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의 급격한 둔화가 제일 의외인 부분이다. 한은은 “계엄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설명했다.

더 큰 걱정은 올해 경제다. 한은 조사국은 올 성장률을 당초 1.9%에서 1.6~1.7%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 봤고 하락분 중 0.2% 포인트가 계엄 여파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수치로 환산하면 GDP 약 6조3000억원이 감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에 따른 대외 환경 악화, 수출 부진까지 더할 경우 경기 침체의 끝을 헤아리기 어렵게 된다. 실제 투자은행 씨티는 계엄 사태 후 발행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까지 낮췄다.

정치 불확실성을 조속히 없애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여야가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터라 무한 충돌과 정쟁은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먼저 예산 조기 집행,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과감한 재정 정책과 소비 활성화 대책을 펼쳐 나갈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한 뒤 정치의 선의와 협조에 기대야 하는 게 지금 우리의 안타까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