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에 왕실 청자… 가족과 함께 보물 같은 나들이

입력 2025-01-27 00:00
게티이미지뱅크

긴 설 연휴를 집에서만 보내기엔 아쉽다. 바깥나들이 겸 가족과 가볼 만한 미술 전시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왕이면 전시도 보고 전통도 즐길 수 있는 ‘궁궐 옆 미술관’ 콘셉트로, 전시도 보고 전통의 멋에도 젖어보자.

설 연휴 ‘궁궐 옆 미술관’ 등에서 전통과 미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 전시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서울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은 조선 왕실 유물 전시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궁중 음식 관련 유물이 나와 재미있다. (재)궁중음식문화재단(이사장 한복려)과 함께 기획했고, 백성들이 정성으로 일군 진상품이 숙수(熟手, 궁중의 남성 요리사)들의 손을 거쳐 왕의 밥상에 오르는 과정을 소개한다. 임금의 밥상인 수라상을 재현한 것은 물론 왕실 부엌살림에서 쓰던 도마와 칼, 국자까지 나와 궁궐의 뒷모습을 보는 재미를 준다. 설 지나 2월 2일 끝나므로 연휴를 활용해 서둘러 보면 좋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상형청자전’에 나온 ‘청자원숭이석류모양 연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왕실 엿보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고려 왕실로 날아가 보자.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에서는 고려시대 왕실과 귀족이 쓰던 최고봉 청자가 총출동했다. 비색이라는 색상보다는 형태의 아름다움에 집중했다. 사자, 원숭이, 오리, 연꽃, 복숭아, 석류, 죽순, 참외, 조롱박 등 인물과 동·식물 형상을 따라 빚은 국보, 보물급 청자들을 볼 수 있다. 고려청자 대표 선수들을 대거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면서 무엇보다 청자를 공예를 넘어 ‘조각 예술’로 조명하는 자리라 예술의 향기에 취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수묵별미’전에 나온 중국 쉬베이홍의 ‘전마(戰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덕수궁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마침 중국과 한국의 수묵화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한·중의 대표급 근현대 수묵채색화 총 148점이 한 자리에 나왔다.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천경자, 황창배, 박대성 등 한국 작가 69명 작품 74점, 우창숴(吳昌碩), 쉬베이훙(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린펑몐(林風眠) 등 중국 작가 76명 작품 74점이 나왔다. 우창숴의 ‘구슬 빛’, 쉬베이훙의 ‘전마(戰馬),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 등 자국 내에서도 쉽게 공개되지 않던 중국 수묵예술 거장들의 대작을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설 연휴를 맞이하여 27일(월)부터 30일(목)까지 3일간 ‘2025 을사년 만사형통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세시풍속 체험과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소소하고 소중한’전도 권하고 싶다. 통상의 전시 문법을 벗어나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신라의 벼루와 신라의 바둑돌 등 소소한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유물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를 보여주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전이 볼만하다. 경주 노동동 유적 출토 토우장식 토기(국보 1점)를 비롯하여 경주 황남동, 해남 만의총 등에서 출토한 토기 2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를 통해 이들 토기가 갖고 있는 형태적인 모습 이외에 제작 배경과 기능, 그 속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연날리기 체험, 복주머니 미션 행사 등도 한다.

한편 설 연휴기간(25~30일) 4대궁, 종묘, 조선왕릉(원·묘 포함)이 휴무일 없이 무료개방(22개소·창덕궁 후원 제외)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같은 기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