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도 왜소하고 체력도 약한 저는 두 자녀를 낳을 때 매우 힘들었습니다. 임신 때마다 입덧은 물론이고 둘째 임신 땐 조산기도 있어 막달에 입원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셋째를 만나기로 결단했습니다.
임신 여부 확인 전에 주일 예배 도중 ‘임신했으니 감사하라’는 마음도 주셨습니다. 감격에 부푼 저는 ‘이렇게 순종했으니 셋째 임신은 순탄할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셋째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이전보다 더 심한 입덧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갑상샘기능저하증까지 와 무기력하고 괴로운 임신 기간을 보냈습니다. 같은 해 교회를 더 열심히 섬기고자 아파트를 팔고 교회 근처 빌라로 이사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했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승강기 없는 4층을 무거운 몸으로 오가는 게 매우 힘들었습니다. 육체가 괴로워지자 마음도 같이 힘들어 지면서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교회 근처로 이사 오고 힘들게 셋째도 결단했는데 주님은 왜 이렇게 나를 대할까’란 생각에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하나님께 서운했습니다. 예수님의 순종을 묵상할 때면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그 말씀이 힘을 잃었습니다.
믿음 없는 제 모습을 직면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 이 책을 접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하나님은 제게 ‘순종으로 주어지는 모든 상황을 감수하는 것’까지 기대했음을 알았습니다. 가시떨기 밭의 가시와 같은 제 교만한 마음을 제거하기 위해섭니다.
돌이켜보니 참된 믿음과 진정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기간이었습니다.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성령 잉태에 순종했던 것처럼, 예수께서 순종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말입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일이 온다면 이젠 제 작은 믿음을 주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순종으로 따라오는 결과까지 감당하길 그분께서 바랄 때, 제 작은 믿음을 드리려 합니다. 입의 고백이 아닌 삶으로 고백하고자 합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주님께 ‘벗’으로 불렸듯 저도 벗이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여전히 연약한 제 모습에 실망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를 포기 않고 사랑으로 체휼(體恤)하는 하나님을 계속 바라보며 마지막 날까지 이 좁은 길을 살아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