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2일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또 실패했다. 공수처는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종료 후 윤 대통령이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구치소를 찾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과도한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윤 대통령 대면조사만 고집하다 구속 기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22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 측 거부로 불발됐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허탕을 쳤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출석 후인 오후 4시42분쯤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갔다가 오후 9시9분쯤 구치소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사팀이 강제구인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서울구치소가 공수처에 대통령 외부 진료 일정이 있다고 알렸다”고 반박했다.
이에 공수처는 공지를 통해 전날 오후 5시11분쯤 구치소 측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공수처가 오후 5시50분쯤 구치소에 도착한 것을 감안할 때 병원 진료를 알면서도 구치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보여주기식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 측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겠다며 서울 한남동 대통령실, 대통령 관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에 막혀 실패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구속기한을 허비하지 말고 검찰에 사건을 서둘러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오는 28일을 윤 대통령 1차 구속기간 만료일로 보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길 계획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이나 구속영장실질심사 일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할 경우 기한이 더 앞당겨진다는 시각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절차적 문제가 없도록 검찰에 미리 사건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17일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 이대환 차정현 부장검사 등이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공수처는 “지휘부의 격려와 함께 영장 집행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위한 것일 뿐 음주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