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 의혹’ 조사는 판정패?

입력 2025-01-23 01:23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건에 대해 재심사 결정 후에도 두 달 가까이 결론을 못 내자 사실상 공정위가 ‘판정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020년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정보 교환 사건을 다룬 선례가 없어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지만 무리하게 은행을 제재하려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정보를 교환한 뒤 담합을 통해 금융 소비자 부담을 키웠는지에 대한 추가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4개 은행이 7500개 정도의 LTV 정보를 교환한 뒤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담합해 LTV 비율을 조정하고,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웠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계속 늘어지면서 공정위 조사에 흠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3년 2월부터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해 11월 21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4개 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LTV 정보를 교환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보 교환을 넘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실제 금리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해당 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애초 금융 문제를 공정위가 다루려는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중히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은 2020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되는 건으로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측이 추가 요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사실관계를 모아 판단해야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최대한 빠르게 결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끝나지 않아 결과가 날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추가 입증 사항에 대한 사실 조사를 하려는 것이라 최대한 빠르게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