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 마디에 與 ‘자체 핵무장’ 주장 분출… 野는 신중론

입력 2025-01-22 18:5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김대식, 윤상현, 나경원, 김석기, 김기현 의원(왼쪽부터)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지칭한 이후 여권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자체 핵무장론을 재점화했다.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수정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도 대칭적 개념의 핵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복귀를 계기로 안보 이슈를 강화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미 중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에서 “(대북) 제재에 가장 앞섰던 미국조차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들이 연이어 나오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를 아직도 믿고 있다는 표현은 순진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핵 균형을 이룰까, 이 고민이 진지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있는 북핵을 없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고, 이미 물 건너간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접근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이제 남은 건 남북 핵 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 우리가 북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나경원 의원도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며 “이제는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딜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나쁜 딜’로 간다면 우리는 미국에 독자 핵무장을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이 ‘nuclear power’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 핵무장까지의 과도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강화된 핵 공유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야당은 트럼프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신중론을 폈다. 트럼프 발언만으로는 미국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락 의원은 통화에서 “미국에서 그런 표현을 쓴 전례가 많다.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말하지 않은 것을 보면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를 전제하는 것 같다”며 “한·미 공조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도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 입장이라는 점에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여권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철없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이) 자유민주 진영 일원의 책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이동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