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선별임명 놓고 “국회 권한 침해” vs “국회가 의무 방기”

입력 2025-01-23 02:01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정형식 헌법재판관(왼쪽부터)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이 시작되기 전 입정하고 있다. 윤웅 기자

국회 측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은 부당하다고 22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주장했다. 최 대행 측은 “오랜 기간 재판관 선출을 안 한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날 국회가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을 열었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야당 몫의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보류했다. 국회는 “국회의 헌재 구성권,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최 대행 측 이동흡 변호사는 국회가 재판관 선출을 미루다 2개월 넘게 ‘3명 공석’ 사태가 벌어졌던 상황을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재판관들께서도 주지하다시피 국회는 지난해 10월 17일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헌법재판관 퇴임 때까지 재판관 선출을 하지 않아 오랜 기간 국회의 권한과 의무를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최 대행에게 본인들 권한이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헌재는 ‘8인 체제’로 사건 심리와 결정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헌재는 ‘9인 완전체’ 완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여야 합의’ 의미를 최 대행 측에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미선 재판관이 여야 합의가 재판관 선출의 법적 요건인지 묻자 최 대행 측은 “그렇지 않다”면서도 “사법부에 판례가 있듯 국회에도 관행이 있고 따르는 게 맞는데, 이 사건은 관행을 따르지 않아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회 측은 “버젓이 법이 있는데 여야 합의 관행이 있다거나 관행을 내세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 양홍석 변호사는 “우리 헌정사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의) 헌법 파괴 시도가 있었고,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헌재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중대하다”며 “대통령 등 주요 공직자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헌재의 불안정한 구성은 우리 헌법질서의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가 국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추가 임명해야 한다. 이 재판관은 최 대행 측에 “헌재가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사건을 인용하면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행 측 변호사는 ‘누구도 자기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을 인용하며 “(헌재가)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으로서 판단 및 권한 행사를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변론을 종결했고 선고기일은 추후 통지하기로 했다.

이날 헌재에서는 최 대행 사건 외에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심판 등 5개 사건, 3건의 변론 절차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공개변론 절차가 하루에 3건 열리는 건 헌재 역사상 처음이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