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국 공항 ‘둔덕’ 없앤다

입력 2025-01-23 02:47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권현구 기자

국토교통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등 공항시설의 안전 개선방안을 22일 발표하고 전국 공항의 ‘둔덕’을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국내외 권고기준(240m)보다 짧은 공항에서는 안전거리를 늘린다. ‘항공기 이탈방지시스템(EMAS)’ 도입도 검토한다.

이번 방안은 이달 13~21일 무안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제주 울산 원주 인천 김포 대구 양양공항)에 대한 특별안전점검과 전문가 검토회의 등을 거쳐 마련됐다. 점검 결과 공항 7곳(무안 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제주)의 9개 시설물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공항 7곳(무안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울산 원주)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240m보다 짧았다.


정부는 로컬라이저 개선이 필요한 공항 7곳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한다. 기초대 주변을 성토해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고 로컬라이저를 지하화하는 안과 기존 둔덕을 제거하고 지지대를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교체하는 방안이다.

무안공항은 참사가 발생한 남측 콘크리트 둔덕을 완전히 철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로컬라이저를 재설치한다. 둔덕 높이가 4m로 높은 여수공항도 비슷한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로컬라이저 개선공사의 설계 발주에 착수해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에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항에 대해선 토지를 추가 매입해 안전거리를 확보하거나 EMAS를 도입할 계획이다. EMAS는 활주로 끝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된 보도블록 형태의 특수 구조물로, 항공기 속도를 제동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72개 공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공항에 설치돼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

정부는 건설 중인 가덕도신공항 등 지방 신공항 7곳은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을 관리할 방침이다.

상반기에는 국내 항공 관련 규정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과 일치하도록 개선을 추진하고, 다음 달 조류충돌 예방을 위한 개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항공사의 안전 운항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 방안은 오는 4월까지 마련한다.

다만 재원 마련이 숙제다. EMAS 설치 비용이 최소 200억원 이상이고,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토지를 매입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박문수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재정 당국과 재원 마련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