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이 헌재 제시한 PPT엔 이미 대법원이 증거인정 안한 사진도

입력 2025-01-23 00:00 수정 2025-01-23 00:00

윤석열 대통령 측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제시한 프레젠테이션(PPT) 자료에는 ‘선거인명부시스템 해킹 가능성’ 등 극우 유튜버 주장이 반영됐다. 윤 대통령 측은 2022년 대법원이 기각한 민경욱 전 의원 선거무효 소송 당시 투표용지 사진까지 변론 자료에 첨부했다. 대법원이 “객관적 증거가 아니다”고 판시한 내용을 헌재 심판정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론 주장은 크게 ‘선관위 해킹’과 ‘투표용지 조작’으로 나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초기부터 ‘데이터 조작·해킹’으로 인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전날 변론에서도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허병기 인하대 공대 명예교수 등 부정선거론 입증을 위한 증인만 9명 신청했다. 이 중 국가정보원 직원, 성명 불상 투표관리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장의 핵심은 ‘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하면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를 관리하는 선거인명부시스템 내용을 변경해 사전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 전 의원 소송에서 이 같은 음모론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사전투표를 조작하려면 사전투표지 위조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실시간 발표되는 사전투표자 수를 부풀리려면 선관위 서버에 침투해 전산 조작도 해야 한다. 여기에다 개표 결과를 집계하는 서버 내용도 조작해야 하는데 이 같은 작업을 모두 완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부정행위를 몰래 하려면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 조직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원고는) 부정선거 실행 주체가 존재한다는 점도 증명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자료에서 도장이 뭉개진 인천 연수을 송도2동 투표지도 제시했다. 이른바 ‘일장기’ 투표지인데 대법원은 위조 투표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감정 결과 자체 잉크가 주입된 투표관리관 도장에 관리관이 적색 스탬프 잉크를 추가로 묻혀 날인했을 때 송도2동 투표지와 유사한 뭉개진 형태가 나왔다. 대법원은 “정규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뭉개진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부정선거의 구체적 근거는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부정선거 소송 감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외부에선 음모론을 모락모락 피우지만 막상 검증기일에 들어가 봤더니 제대로 된 주장이나 반박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재현 송태화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