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새 카드값 줄줄… 다크패턴에 소비자 분통

입력 2025-01-23 01:14

한 쇼핑 플랫폼의 월 구독 서비스를 해지한 A씨는 몇 달이 지나서야 구독료가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고 보니 당시 A씨가 ‘해지’로 생각하고 눌렀던 최종 단계의 버튼이 ‘혜택 유지’였던 것이다. 교묘하게 구독을 유지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설정한 것이었지만, 표면적으로는 A씨가 구독 유지를 결정한 것처럼 됐다.

구독형 플랫폼의 다크패턴(소비자를 교묘하게 속여 이득을 얻어내는 마케팅·영업 전략)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디지털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크패턴 사례집’을 발간하고 6대 다크패턴에 대한 분석과 주요 사례를 공개했다.

가장 대중적인 다크패턴 사례로는 ‘경로 방해’ 유형이 있다. 구독 버튼은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해지는 복잡하게 설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해지 과정에서 본인인증·음성 통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평균적으로 서비스 시작에서 구독 해지 완료까지 7번의 클릭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독·해지 과정에서 이용자가 오인할 만한 색상·모양 등 인터페이스를 악용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해지 단계에서 ‘구독 유지’를 화려한 색깔로 해놓고, 정작 ‘해지’는 흰색 바탕에 회색 글씨로 적어놓는 식이다. 색칠된 버튼을 최종 해지로 오인하고 무심코 클릭하면 그대로 구독이 유지돼 매달 결제가 진행된다. 결제 내역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으면 몇 달 동안 구독료가 빠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무료 구독 혜택을 미끼로 지속적인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도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다크패턴이다. 주로 1개월간 무료체험을 제공한다고 적어놓고 밑에 작은 글씨로 ‘이후 월 9900원’이라고 적어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간 구독을 유도해 피해액을 키우거나, 환불 조건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이용자의 67%가 결제 당시 정기 구독료가 추후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외 30분 단위로 스마트폰에 반복적인 알림을 보내 소비자의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방해하거나, 키워드 검색 결과에서 ‘인기순’ 제품과 ‘광고형’ 제품을 뒤섞어 오인시키는 사례도 주의해야 할 다크패턴으로 소개됐다.

방통위는 “디지털 서비스가 진화함에 따라 향후에도 새로운 다크패턴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 피해 우려가 큰 다크패턴 사례에 대해서는 금지행위를 유형화해 향후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