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전시회 ‘지금,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22일 개막했다. 국민일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신경다양성 예술인을 발굴하기 위해 실험미술 대가 이건용 작가와 함께 이 상을 제정했다. 미술상 이름은 프랑스 화가 장 드뷔페가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미술 세계를 아르브뤼(Art Brut·원생미술)라고 표현한 데서 따왔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아르브뤼미술상은 국민일보가 주최·주관하고 티앤씨재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후원했다.
시상식이 열린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갤러리에는 수상자 13인의 작품이 나란히 걸렸다. 총 102명의 지원자가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아트 등을 출품한 가운데, 이진원 작가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적 장애가 있는 이 작가가 중학교 특수반에서 처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선생님을 그린 작품으로, 이름이 불렸을 때의 기쁜 마음처럼 환한 색채가 화폭에 가득 담겼다.
미술상을 주최한 국민일보 김경호 사장은 “신진 작가들이 앞으로 장애 예술, 나아가 한국 예술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이건용 작가는 “아르브뤼 미술상의 의미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단순 행사로 끝나지 않고 다른 장르의 예술가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장애를 결핍이 아닌 특별한 감수성으로 접근해 전시로 이끌어줘 감사하다”며 “정부도 장애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르브뤼 미술상은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예술의 범주를 넘어 사회에서도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 수상자 이진원 작가 역시 예술을 통해 사회와 어우러지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해왔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초등학생 시절 치료 일환으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많은 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이 작가는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나석권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보람된 미술상을 티앤씨재단에서 후원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공자는 논어에서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나는 시를 통하여 일어나고 예를 통하여 확립하고 음악을 통하여 완성했다)’라고 했다. 한 나라의 전성기는 예술로 마무리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와 전성기를 만들어줄 자리에 왔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또 안규철 아르브뤼미술상 운영위원장, 임근혜 운영위원(아르코미술관장), 김남시 이화여대 교수(심사위원),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원장,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전승보 경기도미술관장,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성원 리움 부관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등 내외빈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시는 이날부터 3월 2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 중에는 다양한 연계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2월 6일엔 이건용 작가가 수상 작가들과 함께 ‘바디스케이프’(신체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친다. 2월 13일엔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이 열린다. 수상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 과정을 현장에서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아트 팩토리’도 3차례 진행된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