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계속 수사 거부하며 책임 회피할 것인가

입력 2025-01-23 01:30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 공수처는 연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 및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공수처 수사에도 당당히 응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 구속 후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다음 날 서울구치소에서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3차 변론 준비를 이유로 거부했다. 그제 3차 변론 후 지병을 이유로 병원에 방문하면서 강제구인을 피했던 윤 대통령은 22일에도 현장조사와 구인을 모두 무산시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통령경호처 역시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수사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강제수사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탄핵심판 변론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3차 변론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윤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는 실망 스러웠다. 계엄선포로 인해 국론이 더 분열됐고, 외교·경제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나라가 위태로운데 이런 상황을 만든 당사자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했고,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은 “(부정선거)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고 했다.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집행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황당한 얘기도 나왔다. 많은 국민들은 자신들이 TV를 통해 직접 본 사실조차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부정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열리는 4차 탄핵심판 변론에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부분에 대해선 진중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지목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온 국민을 공황 상태로 밀어넣었던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식의 궤변을 반복하는 것은 본인의 탄핵심판이나 형사재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공수처의 수사에도 협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사법절차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