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암동 다세대 주택가에는 이색적인 형태의 교회가 들어서 있다. 여느 교회 같지 않은 외관과 벽면에 붙은 ‘로그 스페이스’란 간판을 고려하면 건축 연구소 또는 공간 연구소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2014년 건축한 로그교회(구 검암성문교회·황덕영 목사)다. 여기서 로그는 로그 함수, 로그 기록, 로그인, 로고스, 라이프 오브 가스펠(Life Of Gospel)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13일 교회 건축 이야기를 듣고자 황덕영 목사와 설계자 BoH건축 오종상 소장을 만났다.
가로로 긴 건물 비율 인상적
건물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다. 이 미니멀한 느낌이 교회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교회 건물의 주변 환경은 이 느낌을 극대화했다. 건물 주변의 공터와 공원은 공간의 여유와 여백을 만들고 건물을 더 도드라지게 했다. 교회 건물은 교회 대지 758㎡(229평)의 30%다. 공원은 교회 건물의 3배가량 된다.
오 소장은 “교회 옆에 공공시설인 공원이 있다는 장점을 고려해 전체 교회 부지에 건물을 어떻게 앉힐까 깊이 고민했다”면서 “공원도 교회 땅의 일부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위치를 정하고 교회 앞마당에 잔디를 심고 주차장도 잔디 블록으로 시공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교회는 자연 속에 있는 전원교회가 됐고 시골에서나 가능한,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이 일상이 됐다. 실제 공터의 구석엔 고기 굽는 기구가 세워져 있었다.
형태는 긴 직육면체가 눕혀진 모습이다. 정면 가운데 움푹 들어간 공간에 창이 있긴 하지만 빛이 들어오거나 외부와 소통하는 창이 아니다. 건물의 입체감을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밝은 전면부에 홈을 파고 그 속에 어두운색의 유리창을 설치해 깊이감을 줬다.
건물은 지면에서 약간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 전면부 직사각형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이는 산뜻함을 줬고 건물이 내려앉을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우측엔 전체 면적과 같은 비율의 직사각형을 앞으로 도출시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면서 변화도 꾀했다.
이 건물에 특별한 느낌을 주는 포인트는 건물 전면의 가로세로 비율이다. 대략 5대 1 정도 된다.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가로로 긴 형태의 건물을 설계하는데 이 건물은 지나치게 길다. 보통 쉽게 볼 수 없는 건물의 비율이다. 그러다 보니 생경하고 인상적이다.
또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작은 요소들도 이 비율에 맞췄다. 오른편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대표적이고 교회의 간판도 가로가 굉장히 길다. 일반적이지 않은 가로세로 비율로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그 비율을 여러 곳에 사용해 조화를 꾀했다. 이는 오 소장 설계의 특징으로 충남 예산의 우리비전교회(국민일보 2024년 11월 30일자 9면 참조)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교회 건물이 전도지”
건물은 231㎡(70평)밖에 안 되는 작은 교회다. 하지만 그 이상의 여유와 기능을 갖도록 실내를 디자인했다. 교회 입구에서 예배당까지 이르는 과정을 미로처럼 설계했다.
마당의 보도블록을 걸어가 건물 정면 입구에 이르러 왼쪽으로 돌면 문이 아니라 공원 쪽 풍경이 보인다. 앞의 벽면과 실제 건물 벽면과 공간을 통해서다. 이를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면 우측이 문이다. 이를 열면 로비가 있고 로비 왼편으로 공원에 심어진 소나무 서너 그루가 하나의 풍경화처럼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긴 복도가 나오고 왼쪽에 화장실, 오른쪽에 소그룹 공간, 자모실, 목양실을 지나면 예배당이다.
예배당엔 천장에서 빛이 떨어진다. 오 소장은 “입구부터 예배당까지 270도를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정돈하고 예배당의 빛을 보면서 신비함을 경험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지 30%에 단층으로, 미니멀한 교회 건물을 짓게 됐을까. 보통은 가용 면적을 전부 사용하려 한다. 이유는 공사비 부족 때문이었다. 건축을 시작한 1대 목회자 황정범 목사가 빚은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당시 가진 재정으로는 현재만큼만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박스 형태로 설계한 것도 공사비 절감 때문이었다. 1대 목회자의 건강 때문에 담임을 맡은 황 목사는 “그 흔한 빨간 벽돌로는 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작지만 손에 꼽히는 예쁜 교회이길 바라며 이를 도와줄 설계사를 찾았다”고 했다.
교회의 현재 성도 규모는 70여명이다. 서울에서 이전했고 그간 어려움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황 목사는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둘째는 예쁜 교회여서라고 확신했다. 그는 “건물이 전도지라는 말, 우리 교회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성도들과 함께 주안에서 예쁘게 신앙 생활하며 같이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