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평정했던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52)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선정하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2일(한국시간) 이치로가 전체 394표 가운데 393표를 획득해 득표율 99.75%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고 밝혔다.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입성보다는 만장일치 여부가 더 큰 관심사였다. MLB 역사상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건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린 마리아노 리베라(2019)뿐이다. 데릭 지터(2020·득표율 99.75%), 켄 그리피 주니어(2016·99.32%), 톰 시버(1992·98.84%), 놀란 라이언(1999·98.79%) 등 MLB 전설들도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이치로는 2020년 지터와 같이 만장일치에서 1표 부족했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9시즌을 뛰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면서 MLB 무대를 밟았다. 첫 시즌부터 놀라울 정도로 안타를 쳐냈다.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로 3개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빅리그 19시즌 동안 3089개의 안타를 때렸다. 일본에서 올린 기록(1278개)까지 더하면 미·일 통산 4367안타를 만들어냈다.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은 MLB에서 10시즌 이상 뛰고 은퇴 이후 5시즌이 지나야 주어진다. 이치로는 첫 투표 만에 입성했다.
이치로는 “2001년 처음 MLB에 왔을 때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일본인 최초로 헌액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장일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선 “1표가 부족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나름대로 완벽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불완전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게 좋다”고 했다. 이치로가 전성기를 보낸 시애틀 구단은 명예의 전당 발표 뒤 그의 등번호 5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이날 좌완 선발투수로 MLB 통산 251승에 빛나는 CC 사바시아(86.8%)도 첫 투표에서 기준 득표율 75%를 넘겨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통산 422세이브를 올려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불리는 빌리 와그너(82.5%)는 마지막 10번째 도전 만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새겼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