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강추위에도 여전히 연탄에 의존해 추위를 견뎌내는 기후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연탄 후원이 줄어들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진 이들은 건강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54년째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길자(82)씨는 올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했다. 두 번의 허리 수술과 하지정맥 수술,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달고 산다. 그의 남편은 10여년 전 폐암으로 왼쪽 폐를 제거했다. 남편 간호와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거동마저 온전치 않은 김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연탄은행으로부터) 연탄 200장을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100장으로 줄었다”면서 “후원이 많이 감소했다는 걸 체감한다. 하루에 8장 쓰던 연탄도 4~6장씩 아껴 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에서 10년째 살아가는 이춘자(82)씨도 겨울을 버티는 것이 녹록지 않다. 수년 전 남편과 사별 후 혼자가 된 이씨에겐 네 명의 자녀가 있지만 연락이 거의 닿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령연금으로 월 59만원을 받지만 보험료와 약값, 생활비 등을 제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다. 이씨는 “집이 무허가다 보니 특히 겨울에 힘들다”며 “외풍이 심해 연탄구멍을 막아놓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겨울이 반갑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천식을 앓고 있는 이씨가 밖에서 숨쉬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허리 협착증으로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8장, 긴 겨울을 지내려면 총 12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올해는 연탄은행의 후원 감소 등으로 지난해보다 400장 감소한 800장만 후원받았다.
이날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탄 후원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분위기가 조성된 후 설을 앞둔 지금까지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허기복 목사는 “올해 목표인 300만장 연탄 후원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도 산간벽지와 농어촌, 울릉도 등에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