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정일형(28)씨는 부족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 의대 진학의 꿈을 이뤘다. 어렵게 들어선 길인 만큼 아픈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된 정씨는 이전에 비교해 크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초심은 많이 사그라들고 세속적 욕망을 악착같이 좇고 있는 모습이었고 주변 학우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정씨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담과 자기 성찰을 통해 초심을 다잡으려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성누가병원 신명섭(41·왼쪽 사진) 원장은 예방치의학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정씨 같은 후배 의대생과 치대생들이 가치관 혼란을 겪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의대생과 치대생이 1~2학년 때는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명으로 의료인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세속적 가치관을 좇는 쪽으로 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한 신 원장은 의료를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숭고한 일’로 정의한다. 그런데 재정이 우선시되면 이 같은 의료 활동의 기초가 올바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신앙적 가치관 교육이 선행되지 않은 것에 있다고 진단한 그는 의대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올바른 선행 교육을 모색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교육 사역에 매진해 온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 최새롬(42·오른쪽) 목사와 의기투합했다. 오는 5월부터 ‘의료꿈나무 커뮤니티 빌더 프로그램’을 최 목사가 사역해 온 수도권 중·고등학교에서 주 1회씩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 의대 지망생을 대상으로 의료 기초지식은 물론 신앙적 가치관 교육까지 전수하는 것이다. 신 원장을 비롯해 섭외된 의료인들은 이론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최 목사는 의료인이 가져야 할 신앙적 가치관과 인성 등을 교육한다. 이를 통해 신앙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한다는 계획도 있다.
현장 교육 외에 관련 SNS 커뮤니티도 만들어 학생들의 공부 내용을 공유하거나 설교 말씀과 성경 구절 등도 나눌 예정이다. 최 목사는 “의료 꿈나무 커뮤니티 교육이 단기적으로 끝나면 소용없다”면서 “관련 커뮤니티와 교육이 학생들이 의대 진학 후 의료인이 될 때까지 연결돼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