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쓴소리를 ‘내부 총질’ 비난하는 민주당, 수권정당 되겠나

입력 2025-01-23 01:20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역전당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조금씩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는 의문을 던졌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극단적 증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성을 꺼냈다.

지지율 침체에 “스스로 돌아보자”는 이런 의견과 정반대로 당 지도부와 주류 친명계는 그런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를 손보겠다고 달려들었다. 여론조사의 왜곡·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부정선거에서 찾으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처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여론조사의 문제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응은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 등의 쓴소리에 “지금은 비판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민주당원이라면 누구나 안다”면서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당원 자격이 없는 행태’로 치부했다.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한술 더 떠 “아군을 향한 총질” “이기적 자폭행위”라며 거칠게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총선의 ‘비명횡사’ 공천으로 이재명 일극체제를 구축한 민주당은 견제와 균형의 출발점인 다른 목소리를 잃어버렸고, 이제 그것을 배척하는 지경에 왔다.

이는 윤석열정부 실패의 시작인 “내부 총질”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대표를 몰아낼 만큼 내부의 다름을 용인하지 않은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달랐던 야당과 극단적 대결을 벌였고, 그들을 척결한다며 비상계엄을 꺼내 몰락을 자초했다. 다양성을 상실하고 그것을 포용하는 방법까지 잊어버린 민주당 모습에서 윤 정부의 그림자가 보인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내부 총질’이 자유롭게 오가야 수권정당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