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의 셀프 사면, 남의 일일까

입력 2025-01-23 0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언제나 논란이었다. 사면 대상이 대부분 자신의 측근이나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17~2021년) 중 1호 사면을 받은 인물은 법원의 인종 차별 시정 명령을 거부한 혐의로 체포된 조 아르파이오였다. 아르파이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가 하와이가 아닌 케냐라는 주장을 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파이오에 대한 법원 선고가 나기도 전에 그를 사면했다. 미국 대통령은 사면 대상자가 기소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된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도 1심 선고 전에 사면됐다. 스티븐 배넌, 폴 매너포트 등 대선 캠프 출신 고문들도 줄줄이 사면받았다.

미국도 법무부 산하에 사면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사면권을 행사한 경우는 10% 남짓에 불과했다. 그의 사면권 행사는 임기 마지막 해에 집중됐으며, 특히 퇴임하는 날 서명한 사면 건수가 144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가장 먼저 사면한 사람들은 4년 전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1500여명의 폭도들이었다. 이들은 대선 패배 불복을 선언한 당시 대통령 트럼프의 선동으로 의사당에 몰려가 기물을 부수고 경찰에 저항했다. 주동자는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사면 발표 즉시 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을 사주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법무부가 기소를 취소했다.

형사 재판을 받던 정치인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자신의 공범들을 사면하는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 현재로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