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학사운영 벽 허물고… 인재 양성·지역 정주 두 토끼 잡는다

입력 2025-01-24 01:01
국립순천대 우주항공공학 연구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이 대학은 정부가 유망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전공 장벽을 허무는 등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 중이다. 국립순천대 제공

국립순천대는 교육부의 지방대 육성 사업인 ‘글로컬대학 30’을 마중물 삼아 대학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글로컬대학 30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학내 혁신 의지를 갖춘 지방대 30곳을 뽑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 한 곳당 5년 동안 국고 1000억원을 밀어주며 혁신을 유도한다.

이 대학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에 선정된 이후 2025학년도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학과 구조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꿨다. 생명산업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인문예술대학, 공과대학, 미래융합대학 등 5개 단과대학을 폐지했다. 단과대학 내 전공들을 그린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의 3대 특화 분야 스쿨 체제로 재편했다. 전통적으로 학과와 전공을 구분하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국립순천대만의 강점을 반영해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학기의 틀도 바꿨다. 1학기와 2학기, 여름정규학기로 3개 학기 체계로 개편했다. 학생들이 전공과 융합 전공, 모듈형 교육과정(마이크로디그리, 나노디그리)을 이수하는 데 편하도록 시간 장벽을 낮춘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위를 하나라도 더 쥐여주고 직업 시장에 내보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한 학기에 이수 가능한 학점 제한을 없앤 ‘무제한 학점제’를 도입했다.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전공을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된다. 전과 등 전공 변경 장벽도 대폭 낮췄다. 전과 신청 횟수와 전과 인원 제한을 풀었다. 다만 전공의 교육 여건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한다.

또 학생들이 졸업해 직장에서 ‘즉시 투입 인력’으로 활약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국립순천대는 이를 ‘2+1+1 교육모델’이라고 부른다. ‘전공기초-전공핵심-전공심화’로 이어지는 전공 학습 흐름에서 실무를 강화했다. 전공탐색과 전공기초 소양을 위한 2년, 전공을 심화해 배우는 1년, 실무 역량을 배양하는 1년으로 구성된다.

특히 마지막 1년 즉, 졸업반 대상으로는 ‘실무형 트랙제’를 운영한다. 창업을 염두에 뒀다면 ‘창업트랙’, 취업을 준비한다면 ‘취업트랙’, 연구자의 길을 간다면 ‘진학트랙’을 택할 수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설정한 미래 경로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받으며 알찬 1년을 보낸다.

이런 혁신도 결국 교원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 국립순천대는 교원 제도 혁신을 추진 중인데 ‘JA(Joint Appointment) 교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JA교원은 2개 이상의 전공과 학부, 행정조직, 부속시설 소속으로 공동 임용된 ‘팔방미인형’ 교원을 일컫는다. 특정 전공만 가르치거나 연구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과 학생 요구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전임 JA교원 77명, 비전임 JA 교원 21명을 임용했다. 현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비전임 JA 교원은 2027년까지 150명 임용할 계획이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2025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5.77대 1을 기록했다. 수시 등록률도 88.2%로 전년 대비 13.9% 포인트 올랐다.

남기창 국립순천대 교학부총장은 “벽을 허물고 실무 교육을 강화해 인재 양성과 취업,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올해가 변화의 원년으로, 위기를 넘어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