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하나님의 형상 지닌 여성으로 충만하게 살기

입력 2025-02-01 00:38
“이에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오매 그의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더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 하시는지라.”(삼상 16:12)


대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역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처음에 신학교를 가기로 했을 때는 내가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제법 목적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으로 교회 안에서 힘들고 부당하게 느낄 때도 있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가 되어서는 앞서간 여성 사역자들 모델이 부족했다. 사회에서는 흔한 출산휴가를 교회에서 얻어내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공부하랴, 사역하랴, 살림하랴. 부르심이라도 흐릿하면 도망이라도 갈 텐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해야 했던 목동 다윗처럼 나는 기회조차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억울해하면서 그저 맡겨진 일들을 해 나갔다.

기독교 교육학 박사까지 머리에 혹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다. 내게 후학을 가르칠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수업을 빠지거나 존 적도 없었다. 박사까지 되었지만 아무도 나를 쓰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얼마나 힘들게 공부했는데….’ 젊음과 눈물과 시간과 모든 에너지를 다 바쳐 선지자 동산에서 12년을 보냈고, 교회에서 20년을 섬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리가 없었다. 자기증명, 자기 열심으로는 나 말고도 더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

그때 몇십 년 치 눈물을 다 쏟았던 것 같다. 후회 없이 살아서 그랬는지 뒤돌아서는데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고학력에 사역 경력 너무 많음, 아이도 있음, 남편도 사역자. 취업이라는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이에 너무 많이 배우고 사역한 게 걸림돌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에라, 그렇다면 내가 차리자. 고용불안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오너가 되어보자. 한 가지 더 고민이 있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저 나만을 위한 일에 마음을 써주실 리 없었다. 사역만 하던 내가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떠올렸더니 그동안 논문 쓰느라 읽고 강의하느라 읽었던 책들, 조교로 일하며 교수님 책을 편집하고 윤문하던 경험이 생각났다.

그렇게 출판사를 시작했다. 우리 출판사는 독특하다. 스스로 책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출판사다.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한 사람, 유명하지 않고 무명해서 잘 모르는 다수에 묻힌 한 사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느라 애쓰는 믿음의 한 사람, 그들을 세상에 소개하자고 마음먹었다. 출판에 대해 잘 몰랐기에 고생도 했지만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만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에게는 아직 사무엘이 오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런 날엔,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이 고작 양이나 지키던 목동이었음을 다시 떠올린다. 지극히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하나님이 보시는 것과 사람이 보는 것은 다르니깐.

<약력> △자람성품연구소 소장 △안양시청소년재단 비상임이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