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시작된 한국생명의전화는 각 지역 센터마다 직원과 봉사자들이 상담을 맡고 있다. 봉사자들은 생명의전화에서 50시간 이상 상담 교육을 받은 뒤 1년간 견습 기간을 거친다. 이렇게 매해 상담 봉사자가 양성돼 지난해에는 49기가 배출됐다. 서울 센터에 등록된 봉사자만 500여명에 이른다. 봉사자들은 한 달에 두 번씩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상담실에서 내담자들과 전화로 소통한다.
서울 센터에는 모두 4개의 상담실이 마련돼 있었다. 3.3㎡(약 1평) 남짓한 상담실 내부를 문에 달린 창문으로 조심스레 살펴보니 방마다 1명씩, 총 3명의 봉사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전화 상담에 한창이었다. 나머지 한 방의 봉사자는 상담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우 센터장은 “하루 평균 50통의 전화가 온다”며 “일상의 사소한 어려움부터 자살 고위험 내담자까지 상담 내용은 무척 다양하다”고 전했다.
생명의전화는 365일 24시간 전화벨이 멈추지 않는다. 명절 연휴에도 마찬가지다. 우 센터장은 “지난해와 올해 자료를 살펴보니 설과 추석 연휴 전후로 명절 관련 상담이 증가했다”며 “고부갈등부터 소통 문제, 고립감 등에 대한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만으로도 여러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 내담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장년층 남성이었는데 “명절에 홀로 있으니 삶이 허망하고 외롭다”며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우 센터장은 “응급상황은 아니라서 말씀을 충분히 들어드린 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해드렸다”고 회상했다.
우 센터장은 “가족이라는 혈연으로 엮인 특별한 관계 속에서 어쩌면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면서도 “상대의 성격적 특성을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역지사지’를 말할 때 상대가 처한 ‘상황’만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적 특성의 차이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 센터장은 “그 사람의 상황과 성격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게 진정으로 상대의 입장이 돼보는 일”이라며 “그렇게 상대를 이해하면 서로의 지지기반이 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이 필요할 땐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혹은 서울 생명의전화(02-2030-9191)에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