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이웃 속으로 이끈 “공부해서 남 주자” 가르침

입력 2025-01-25 03:02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8)


1995년 6월 재수생이었던 나는 아버지 생신날 여동생과 함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집 앞 백화점에 들렀다가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동생은 건물 잔해에 깔려 크게 다쳤고 나는 큰 부상은 피했지만 그날의 참혹한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다. 중학생 때 백화점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며 등교했고, 완공 이후에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을 대표하는 크고 화려한 건물이 몇 년에 걸쳐 세워졌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했다.

무너지는 건물을 보며 하나님은 마치 ‘이것이 인생과 같다’는 마음을 주시는 듯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인생도 기초가 바로 세워지지 않으면 결국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사건을 겪었으니 내 삶도 극적으로 변화되고 하나님만 따라 사는 인생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입시철이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명문대 합격만이 유일한 목표가 돼 버렸다. 기대와는 달리 원하던 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하나님은 그런 나를 포항의 한동대로 이끄셨다.

대학에서 나는 고 김영길 총장님과 인생의 수많은 스승을 만났다. 원하지 않았던 입시 결과였지만 그것은 내 기준이었을 뿐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던 것이다.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총장님의 가르침은 나를 비영리 부문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현대판 노예 근절을 위한 국제 활동을 하면서 마주한 개발도상국의 현실은 여전히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한국 인구에 맞먹는 5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노예로 사고 팔리다니. 이렇게 많은 교회가 존재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사모하는 크리스천들이 가득한데 ‘왜 세상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까?’ ‘이것은 단순히 세상이 악하기 때문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빌립보서 2장 6~8절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신, 예수님의 권리 포기를 말이다. 나는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세상이 납득할 만한 명예와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통쾌한 승리만을 꿈꿔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나님의 본체이신 그분은 높은 곳을 추구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시며 아프고 병든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예전에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일을 하겠으니 내 기도를 들어달라고 간구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 없이도 모든 것을 이루실 수 있는 완전한 분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나를 그분의 계획에 초대해 주셨다. 넘어질 때마다 괜찮다고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의 사랑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예수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 세상이 잊어버린 이들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약력> △현 유엔아카데믹임팩트 한국협의회 이사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