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와 한도에 영향을 주는 신용점수는 ‘고고익선(高高益善)’이다. 하지만 금융이력이 거의 없는 ‘씬 파일러(Thinfiler, 금융이력부족자)’들은 신용점수를 올리기 쉽지 않다. 수입이 없는 학생이나 가정주부, 취업준비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고정적인 수입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이들의 신용평가를 위해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도 활용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씬 파일러는 신용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저신용자로 분류됐다. 상환 능력과 의지가 충분하지만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한 씬 파일러는 1200만~13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신용평가는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수집해 개인의 신용위험을 평가한다. 통신비·보험금·공공요금 납부 실적부터 쇼핑 이력과 소셜미디어 이용 데이터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전통적인 신용 데이터가 신용카드 사용과 대출 내역, 파산 등 내부기록이었다면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소비자의 소유 자산과 금융 습관 등을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안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이력부족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57.3%가 5년 후 금융이력보유자로 전환됐으며 이 중 54.3%는 고신용 우량 고객으로 판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안 데이터를 활용하면 금융이력부족자들이 5년에 걸쳐 신용 이력을 쌓는 과정을 축소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의 고신용 우량 고객을 선제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합작으로 만든 통신대안평가가 대표적인 대안신용평가사다. 통신비 납부 내역, 연체 이력 등을 활용해 씬 파일러의 신용도를 책정한다.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사인 크레파스솔루션은 모바일 행동성향을 분석해 청년들에게 대출 기회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자메시지(SMS), 앱 이용 패턴 등을 바탕으로 신뢰성과 이행 의지 등을 찾아낸다.
국내 금융사들도 대안 정보를 활용해 평가모형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파이낸셜을 시작으로 카드사들도 대출심사·금리결정 등에 활용할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에 대안신용평가를 함께 사용하면 같은 신용점수를 가진 고객들 사이에서도 누가 더 우량한 고객인지를 선별해내는 변별력과 정확성을 향상할 수 있다”며 “금융사들은 고객들에 더욱 맞춤화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