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 尹 기다리다… 공수처, 강제구인 또 허탕

입력 2025-01-21 19:11 수정 2025-01-22 00:1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탑승한 차량이 2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강제구인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이 병원 진료 후 구치소로 밤늦게 복귀해 조사가 불발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라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현실적으로 윤 대통령 조사를 강제하기 어려워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6명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 및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을 마치고 헌법재판소를 나서자 공수처는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인원을 보냈다. 하지만 헌재를 출발한 윤 대통령은 구치소가 아닌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병원 진료를 마치고 이날 오후 9시9분쯤 구치소로 돌아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9시 이후 귀소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보호 수사규칙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하려면 피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공수처는 반드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전면 거부하면서 1차 구속기한 내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현재로선 (조사가) 어렵다”고 답했다.

공수처에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공수처는 늦어도 1차 구속기한인 오는 28일 이전에는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23일에도 변론이 예정돼 있는데 사실상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에 출석하는 날은 공수처 조사가 불가능하다. 윤 변호사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윤 대통령이 변론에) 다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이상 검찰로 사건을 빨리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은 윤 대통령 기소 여부 결정 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1차 구속기한 만료 전에 사건을 넘겨 달라고 공수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검찰 송부 이후 조사에 응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윤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는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로 송부되면 상황을 보고 말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변호인 외 접견 금지에 이어 편지 수발신도 금지 조치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아무리 직무가 정지됐어도 현직 대통령”이라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확정적 증거 없이 서신을 금지하는 것은 반인권적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