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일성에 북한은 즉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으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은 만큼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향후 대화 재개 프로세스가 구체화하기까지 핵·미사일 고도화에 몰두하며 ‘몸값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동아시아 전문가 캉 부 연구원은 21일 기고에서 “북한은 트럼프의 대화 제안 전망에 의도적 모호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보상이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러 협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막아주고, 무기 기술과 현금을 제공해 주는 혈맹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대미 대화 회의론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동시에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 체계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는 용어를 사용한 트럼프의 진짜 의중과 구체적 협상 카드를 확인하기까지 이런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별로 없다면 북한은 쉽게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전 성과 달성을 위해 기존 파병 부대보다 더 훈련된 병사들을 추가로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22일 우리의 국회 격인 제14기 12차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주의 헌법 조문 수정 등이 예정돼 있지만 대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시정연설을 한다면 대미 관련 구체적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