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에 기댄 가짜뉴스… ‘극우 스피커’ 타고 번진다

입력 2025-01-22 02:25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21일 집결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난데없이 중국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시위대는 헬멧과 보호구를 착용한 경찰을 두고 “중국 공안이냐” “중국에 이미 포섭됐다” “우리를 범죄자로 몰지 말고 부정선거나 수사하라”고 소리쳤다. 20대 남성이 ‘중공 OUT 종북세력 OUT’이라고 적힌 화이트보드를 든 채 걸어다니자 이를 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중공 아웃’을 일제히 연호했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반중 정서’에 기대 부정선거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최근 화제가 된 뉴스는 12·3 비상계엄 당시 중국인 간첩 99명이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체포돼 미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압송됐다는 한 인터넷 매체 보도였다.

보도의 출처는 ‘미국 소식통’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선관위는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보도한 매체와 기자를 고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극우 커뮤니티에선 반중·친미 정서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어주는 이 보도를 두고 “신나는 주말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보도가 마치 현 정국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혐중 정서는 젊은층에도 소구력이 있는 ‘프레임 전쟁’의 일환”이라며 “국제외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분명하지만 보수세력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북한을 넘어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중국을 만드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널리 확산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합리화하는 확증편향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윤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선 가짜 보수 유튜버가 시위대에 잠입해서 사건을 키우고 선동했다는 주장도 퍼져 있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활용해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지지층끼리 똘똘 뭉치는 이런 흐름이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서 보듯 통제불가능한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부정선거론이나 가짜뉴스가 이제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하나의 종교처럼 지나친 믿음이 생겨서 다른 말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여기게 됐다”며 “이 같은 믿음 때문에 현실과의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면 ‘두드려 부숴야 된다’는 식의 행동까지 나타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는 심지어 경찰과 중국이 내통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곳에선 자기소개 게시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일종의 ‘사상검증’을 거치기도 한다. 자신을 ‘부끄럽지만 정치 까막눈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좌파에 장악되지 않은 기관이 없는 것 같아서 부정선거가 정말 밝혀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좌파세력이 척결돼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CP(중국공산당) 아웃”이라고 적었다.

물론 일부 시위대의 극단적 폭력성을 특정 연령대 청년 전체에 해당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해 몰아가는 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심리적인 내전을 겪는 상황에서 진영 반대편을 집단적으로 혐오하는 방식으로는 상처만 남는다. 모두가 차분하게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양측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진지하게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최원준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