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풍전등화… 보편관세 미뤘지만 단계적 확대 전망

입력 2025-01-22 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기존 무역협정을 전부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대표 정책으로 이목을 모았던 보편관세 부과는 일단 미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을 분석하고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을 점검하는 등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담겼다.

특히 각서 2장 F항은 그동안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현존하는 미국의 무역협정 및 부문별 협정을 검토해 호혜적이고 상호 유리한 양허(concession)를 달성·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협정 개정도 권고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미 FTA를 재협상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압박해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연장 등을 얻어냈다.

다만 이번 각서에는 한국이 명시되지 않았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미국이 재검토 입장을 밝힌 만큼 FTA를 비롯한 한·미 간 무역에서 자신들 입장을 강화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 개정 폭은 1기 때처럼 예상보다 작을 수 있으므로 일단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매기는 보편관세 공약은 일단 유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 질의응답에서 “(보편관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면서 “본질적으로 모든 나라는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보편관세를)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오는 2월 1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출발부터 보편관세 같은 ‘폭탄’을 투하하는 대신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부터 달성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무역 적자와 이민 문제가 같이 걸려 있는 멕시코·캐나다가 최우선 타깃이 됐고 무역 적자가 큰 중국이 그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및 행정명령을 통해 발표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일단 백악관에서 발표한 조치들의 배경과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을 비롯한 실무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다. 안 장관은 “우리에게 우려 요인만이 아니라 기회 요인도 있는 만큼 민관이 긴밀히 협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