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행정명령 서명은 지지자들과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리얼리티 쇼’처럼 진행됐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와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등 국제질서를 흔드는 중대 사안들에 관해 조치하는 모습을 한 편의 쇼와 같은 분위기로 연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서명한 문서를 들어 보이고 서명에 사용한 펜을 지지자들에게 던지는 등 화려한 쇼맨십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 아레나’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2만여명이 운집한 이곳에서 연설한 뒤 곧바로 무대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먼저 “이전 정부의 파괴적이고 급진적 행정조치”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 78개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정부기관의 물가 총력 대응 지시, 정부 검열 금지 및 언론의 자유 복구, 정적에 대한 정부의 무기화 종료 등에도 연이어 서명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담은 문서마다 화려한 모양의 사인을 정성스럽게 했다. 이어 서명이 끝날 때마다 문서를 들어 보였고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서명 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바이든이 이렇게 하는 걸 상상할 수 있느냐”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 등을 연호했다.
트럼프는 서명에 사용한 여러 자루의 펜을 관중석으로 던졌다. 펜을 받은 지지자들은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행사에서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연설에서도 “그 일(가자지구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됐으며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이동한 뒤에도 집무실 책상에 문서를 잔뜩 쌓아두고 서명을 이어갔다. 특히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으로 기소된 자신의 지지자 1500여명을 사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것은 큰 사안이다. 우리는 그들이 오늘 밤에 (감옥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WHO 탈퇴 행정명령에 대해선 “(WHO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타 전 세계 보건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긴급히 요구된 개혁을 실행하지 못했으며 회원국의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미국 출생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를 적용하지 않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약식 기자회견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와 관련해 “우리는 국제안보를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며 “나는 덴마크가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도록 한 바이든 정부의 방침도 취소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