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헌법재판관들에게 “헌재가 헌법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측이 ‘계엄의 밤’ 당시 국회 등에 침입한 계엄군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틀자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오후 1시12분쯤 헌재에 도착했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다 오후 1시58분쯤 비공개 통로를 통해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왔다. 오후 2시 재판관 8명이 입정하자 대리인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고 “저의 탄핵사건으로 고생하시게 해 재판관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철들고 난 이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재가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선관위 과천청사로 진입하는 CCTV 증거 영상이 재생되자 화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윤 대통령은 “(영상) 잘 봤다”며 “그런데 아까 군인들이 청사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계엄 해제 국회 의결 이후 계엄군이 국회의장 공관에 들어서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대해서도 “체포하러 가는 게 아니라 퇴각하는 과정 같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차기환 변호사가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는 긴장한 듯 1초에 한 번꼴로 고개를 돌렸다. 도태우 변호사가 발언 도중 숫자를 잘못 말하자 팔을 툭친 후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발언을 수정하게 하기도 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윤 대통령이 심판정에 입장하고 퇴장할 때 근접 경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변론 후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해 진료받은 후 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한달 전부터 주치의가 받으라고 한 치료인데 더 연기하면 안 된다고 해 오늘 받았다”며 “치료 내역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는 “전날 구치소 의무관 진료를 했고, 의무관 의견을 고려해 외부의료시설에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