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를 행사했다. ‘내란 특검법’은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했다.
최 권한대행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법률안들을 심도 있게 검토했으며 3개 법률안에 대해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6건으로 늘었으며, 현 정부 들어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총 37개가 됐다.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과 직권남용 등에 대한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권은 일선 수사 담당 공무원들을 보복성 고소·고발에 노출시키는 인권 침해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최 권한대행 역시 “민생수사 현장에서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이 평생 억울한 소송과 고소, 고발에 노출된다면 결국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약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낮추는 내용이다. 최 권한대행은 “법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앞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유비쿼터스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 수신료 결합징수가 골자로, 이 역시 현 정부의 분리징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다시 수신료 결합징수를 강제하게 된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영방송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문제는 수신료 징수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안은 이날 상정되지 않았다. 거부권 행사 시한이 다음 달 2일인 점을 감안하면 설 연휴 이후인 오는 31일 임시국회를 열어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 무용론’을 제기하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기소하면 특검 역할은 사실상 기존 수사 내용을 재검토하거나 주변부 혐의만 수사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도 없고 정치적 목적만 가득한 특검법은 반드시 재의 요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이날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야당이 요구해 온 추경 편성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박민지 이종선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