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가치관 수호” 기대 속 “한국교회 보수화 가속” 전망도

입력 2025-01-22 03:00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기도자로 나선 프랭클린 그레이엄(왼쪽)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옴에 따라 앞으로 그가 펼칠 정책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성경적 가치관이 강조되고 이에 따라 한국교회 보수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복음주의권 교회들의 지지로 당선되긴 했지만, 그의 정책이 복음주의의 가치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닌 만큼 분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날짜가 미국 침례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1월 셋째 주 월요일)인 점부터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해방의 날”이라며 앞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성애 옹호 정책 등과 결별할 뜻을 시사했다. 그는 “헌법과 하나님을 잊지 않을 것이며,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모든 정부의 검열을 중지하고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미국 시민들에게 다시금 돌려줄 것”이라며 “미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철폐하고 인위적인 사회 정책을 통해 인종과 젠더 정책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즉시 중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받든 두 권의 성경책을 앞에 두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했다. 한 권은 1861년 3월 4일 제16대 대통령 취임 선서 때 사용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책이고 다른 한 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1953년 교회학교 졸업 때 어머니에게 받은 선물로 표지에 그의 이름과 받은 시기가 적혀 있다.

이어 빌리그래함전도협회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기도자로 나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축복했다. 이는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실베스터 비어만 베델AME교회 목사가 드린 기도와는 다른 내용이라 주목받았다. 4년 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감리교 목사인 비어만 목사는 기도하며 마지막에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다양한 종교의 이름으로(Strong name of our collective faith)”라며 기도를 마쳐 다수의 크리스천이 실망의 뜻을 표했다.

이번 취임식에서 그레이엄 목사는 “우리가 누리는 보호와 자유에 감사드리며 우리가 당신에게 등을 돌린다면 미국은 다시는 위대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왕의 왕, 주의 주, 나의 구세주,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을 표명하며 집권한 만큼 한국교회 보수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건상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낙태 금지 등 성경적 가치관에 들어맞는 트럼프 정책이 한국교회의 윤리적 보수성 강화와 정책 요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교계와 시민사회에선 이미 여론이 더 양극화하고 있는 만큼 사안별 찬반 논쟁이 정치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공식 석상에서 성경을 인용하거나 신앙을 고백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미국의 기독교 가치를 회복시킬 거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그의 신앙적 레토릭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윤리보다 개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부덕한 경영과 성적 방종으로 민사소송이 제기된 이력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랑 공평 정직 등 복음의 가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경계했다. 정치인의 메시지를 신앙적 해석과 과하게 결부시키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교회는 정치인의 윤리적 보수성이나 진보성에 영향을 받기보다 이를 넘어서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참된 교회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때 교회는 정치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교회는 정치인의 목소리보다 하나님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박효진 이현성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