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 하나님, 나를 도우소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정오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취임 선서를 했다. 지켜보던 가족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박수로 취임을 축하했다.
취임 선서를 할 때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왼편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책과 트럼프가 모친으로부터 받은 성경책을 함께 들고 서 있었다. 미국 대통령 취임 전통에 따라 대통령은 왼손을 성경에 올려놓고 선서를 하지만, 이날 트럼프의 왼손은 성경 아래 내려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전통을 지킨 것은 아니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한파 탓에 40년 만에 실내에서 열린 이날 취임식은 바이든과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상하원 지도부와 트럼프 일가 등 약 800명만 중앙홀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 없이 홀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JD 밴스 부통령의 취임 선서에 이어 트럼프가 선서한 뒤 취임 연설을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전임 행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할 때도 엷은 미소를 띠며 경청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바이든 부부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의사당을 떠났다. 트럼프는 오후에는 행정명령 서명식을 마친 뒤 취임 축하 무도회 등 3개의 야간 연회에 참석하며 취임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취임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도 몇 시간 만에 새 단장을 마쳤다. 집무실에는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가 사라지고 대신 트럼프가 흠모하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가 다시 걸렸다. 바이든이 4년 전 취임하면서 집무실에서 치웠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도 다시 돌아왔다. 또 집무실 책상의 ‘콜라 버튼’도 4년 만에 재설치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 다이어트 콜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이 버튼을 눌렀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취재진이 연내 중국 방문 여부를 묻자 “그럴 수도 있다(could be). 나는 초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도 트럼프 ‘초청’ 언급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중·미 관계 진전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21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트루스소셜에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 정부 고위급 4명 해고 발표와 함께 “나의 인사 부서가 우리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비전과 어울리지 않는 전임 정부 임명자 1000여명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규모 공직 칼바람을 예고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