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충청·전라·경상 3도가 만나 화합을 다지는 삼도봉(三道峯·1176m)과 민주주의(民主主義)와 관련이 없지만 비슷한 이름의 민주지산(岷周之山·1241.7m)을 품고 있다.
삼도봉의 원래 이름은 화전봉(花田峰)이다. 조선 태종 14년(1414)에 전국을 팔도로 나누면서 삼도의 분기점이 됐다고 한다. 삼도봉은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정치적 대립이 극심했던 1980년대 지역 간 대립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지역감정을 타파해 화합과 공동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삼도봉 만남의 날’ 행사가 1989년 10월 10일 처음 시작된 이후 매년 10월 10일 개최되고 있다.
민주지산은 남쪽 용화면과 상촌면에 걸쳐 있다. 민주지산의 산세가 ‘민두름(밋밋의 사투리)’해서 민두름산으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때 한자로 표기하면서 붙은 것이다.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고문헌에는 백운산(白雲山)으로 나온다.
민주지산에 속해 있는 삼도봉은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전북 무주군 설천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의 경계이다. 겨울 산행의 꽃이라는 심설(深雪) 산행지로 유명하다. 도마령(刀馬岺)에서 출발해 각호산(角虎山·1202m)과 민주지산, 석기봉(石奇峰·1242m), 삼도봉을 거쳐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선호된다. 도마령이 해발 800m여서 오르기 쉬워서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환종주한 뒤 원점회귀할 수 있는 물한계곡이 인기다. 삼도봉을 먼저 오른 뒤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거쳐 내려오거나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물한계곡주차장에서 출발해 삼도봉으로 향하면 미니미골을 지난다.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가 얼음 속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려준다.
삼도봉 정상에 서면 마치 세상의 꼭대기에라도 오른 듯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펼쳐진다. 동서남북 막힘없이 이어지면서 중첩되고 지워지는 산 그리매가 한 폭의 수묵화다. 곤천산, 황악산, 박석산, 백수리산, 대덕산, 덕유산 등 백두대간이 길게 이어진다. 덕유산 향적봉 아래 스키장의 긴 슬로프는 흰 뱀을 닮았다. 해돋이·해넘이 풍경도 장관이다. 해 뜨는 방향으로 멀리 가야산도 어렴풋이 보인다.
삼도봉 정상에는 높이 2.6m, 무게 7.6t 규모로 1990년 10월 세워진 ‘삼도 대화합 기원탑’이 있다. 거북 받침의 기단부와 영원한 발전을 상징하는 3각 용 조각의 탑신부, 둥근 해와 달을 표현해 대화합을 뜻하는 원구의 상륜부로 구성됐다. 세 마리의 용은 각각 충북·경북·전북을 뜻한다. 3개 도가 지역감정을 배제하고 화합 단결하자는 의미에서 세운 탑이다.
민주지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각호산과 도마령이 내려다보인다. 각호산은 옛날에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그 능선에 단층 목조 건물인 무인대피소가 있다. 1998년 4월 1일 천리행군 훈련 중이던 공수특전여단 부대원 6명이 이상 한파로 안타깝게 순직하자 유사 사고를 방지하고자 세워졌다.
도마령은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와 용화면 조동리를 잇는 국가지원지방도 49호선 고갯마루다. ‘말을 키우던 마을’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곳에 지난해 높이 14m, 너비 10.4m의 도마령 전망대가 새로 들어섰다. 부대시설로 화장실과 주차시설이 완비됐다. 주차시설 옥상에서 120여m의 나무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 입구에 이르고 30여m의 나선형 계단을 더 올라가면 전망대 최상층이다. 아래로 24굽이의 외진 길이 꼬불꼬불 이어지는 용화면 방면 풍경 감상이 가능하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실내에서 영동을 즐기고 싶다면 영동읍 매천리 ‘과일나라 테마공원’에 자리한 ‘레인보우 식물원’을 찾아보자. 부지면적 7900㎡, 건축면적 1663㎡ 규모로 아열대식물 213종 1만1328주를 갖추고 있다.
여행메모
삼도봉·민주지산 환종주 14㎞, 6시간
향취 좋은 어죽과 담백한 도리뱅뱅이
삼도봉·민주지산 환종주 14㎞, 6시간
향취 좋은 어죽과 담백한 도리뱅뱅이
삼도봉 정상만 찍고 내려온다면 최단 거리로 가장 편하게 오르는 곳이 경북 김천의 삼도봉주차장이다. 정상까지 1.2㎞ 남짓, 도보로 1시간 거리다. 하지만 눈 쌓인 겨울에는 차가 못 다니고 등산로도 폐쇄된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에는 깨끗한 화장실을 갖춘 대규모 무료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주차장에서 미니미골~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쪽새골 삼거리~민주지산~쪽새골 삼거리~주차장 코스는 약 14㎞이며, 6시간가량 소요된다. 삼도봉까지만 5.2㎞ 거리에 3시간 정도 걸린다.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리 종주길은 7시간 이상 소요된다.
먹거리로 민물고기에 인삼, 대추 등을 넣어서 특유의 향취가 좋은 어죽과 아삭하고 담백한 민물고기 튀김인 도리뱅뱅이가 별미다.
레인보우 식물원은 동절기에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내부는 16도 정도를 유지한다.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와인터널이 가깝다.
영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