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대응을 위해 야당까지 참여하는 ‘대미협상전략팀’을 구성하고 초당적 차원에서 전략을 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재협상, 한국을 배제한 북·미 협상, 보편관세 부과 등에 나설 공산이 커 국가적 차원의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있기에는 너무 중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미 ‘스몰딜’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미가 궁극적으로 비핵화가 목적임을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핵 동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핵 및 관련 시설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딜을 시도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이사장은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핵 관련 ‘그랜드바겐’(일괄 타결)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협상에 나설까.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 때 발언들, 리처드 그리넬 특임대사 임명 당시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언급, 알렉스 웡을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부보좌관으로 임명한 것 등을 볼 때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협상이 타결되면 대북 협상 시도 시점도 빨라질 것이다.”
-‘코리아 패싱’ 가능성은.
“트럼프 스타일은 일대일 양자 협상이다. 트럼프 1기 때 싱가포르 북·미회담 직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결정도 한국 정부, 심지어 미국 정부 참모들과 협의 없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핵보유국’을 언급하는 등 북한 위상이 이전 협상 때와 달라졌다.
“북한은 싱가포르, 하노이 협상 때보다 포지션이 강화됐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고 러시아라는 후원국이 생겼다. 훨씬 많은 요구조건을 내걸 것이다.”
-북·미 회담에 오를 의제는.
“첫 번째 가능성은 트럼프 1기 때의 하노이 협상처럼 핵 동결과 경제 제재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북한은 이에 추가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은 ICBM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핵 동결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핵 및 시설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딜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이 기존에 생산한 핵무기나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보유할 텐데, 이는 한국 안보에 위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빅딜’ 가능성도 있나.
“트럼프 1기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였던 랜달 슈라이버는 트럼프 2기가 비핵화보다 더 광범한 이슈, 대북 경제 지원이나 한국전쟁을 공식 종결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 지형은 크게 변할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이것이 트럼프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결부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완전한 비핵화는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미국 조야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정상 간 긴밀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시도되는 때의 우리 대통령은 ‘개인적 관계 설정’에 노력해야 한다. 북한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한·미 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트럼프 2기에서 대비해야 할 악재는.
“방위비 재협상 요구는 거의 확실하다. 주한미군 조정, 북·미 협상, 10~20% 보편관세 부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문제도 걸려 있다. 야당 인사까지 참여하는 대미협상전략팀을 구성해 초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끝날 때까지 손 놓고 있기에는 너무 중대한 문제다.”
-한국 대미 외교의 방향성은.
“트럼프의 특징인 ①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②예측하기 힘들며 ③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고 ④미국의 경제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며 ⑤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적대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연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고 함께해야 한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2003년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1990~2016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