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튀김소보로

입력 2025-01-22 00:40

전국구 빵집의 대명사인 대전 성심당의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는 팥소가 들어간 소보로빵을 기름에 넣고 튀긴 것이다. ‘튀소’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데 부추빵과 함께 성심당의 시그니처 제품이다. 1980년에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성심당은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에 대해서는 각각 특허까지 출원했다.

인기에 힘입어 다른 기업과의 협업 제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3 시리즈의 케이스에 튀김소보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협업과는 상관없는 정치인들의 모임에서도 튀김소보로가 언급됐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첫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원내대표 시절의 원내부대표단과 부부 동반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조응천 전 의원이 “여기 인물들 참 많으시네”라며 운을 뗀 뒤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했다고 한다. 조 전 의원은 이어 건배사로 “튀김소보로”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우원식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인 만큼 야권에서도 후보를 여럿 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유로 튀김소보로가 등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성심당 대표 메뉴가 여럿 있듯 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재명 대표뿐만 아니라 여럿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자리에는 우 의장 외에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있었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야권 내에서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소보로와 팥빵을 결합시킨 뒤 다시 기름에 튀기는, 실험적인 조리법으로 탄생시킨 튀김소보로. 야권의 움직임이 반목하는 이들을 통합시켜 튀김소보로 같은 히트작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물과 기름처럼 제대로 섞이지 않아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맛을 내는 실패작이 될 것인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듯하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