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적 관습 버리기… 성경읽기 실천부터

입력 2025-01-22 03:01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미신적 행태가 교회 안에 남아 있는 현실 속에서 개신교회의 출발점인 ‘오직 성경’의 정신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모른 채 교회 문턱만 넘는 것은 제대로 된 신앙생활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성경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10명 중 4명(37.1%)이 ‘지난 한 주간 성경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앙 정도가 낮고 소그룹 활동 참여가 적을수록 성경 읽는 시간이 적었다. 같은 해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도 교회 출석자 10명 중 4명(39.5%)이 ‘명목상 크리스천’으로 분류됐다. 이들 대부분은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는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경 읽기 부재의 문제는 종교개혁 이전의 중세 교회 모습과 닮았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경은 라틴어로만 기록돼 평신도는 물론 성직자조차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미신적 관습이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됐고 이는 종교개혁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종교개혁의 본질은 성경을 통해 신앙의 순수성을 되찾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주도홍 백석대 교수는 “종교개혁의 핵심 구호인 ‘오직 성경’은 성경 본문과 무관한 혼합적 관습을 극복하려는 외침이었다”며 “성경을 읽고 스스로 질문하며 신앙적 성찰을 이어가는 개인과 공동체가 종교개혁 정신을 실현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교회를 다니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신앙생활이 어려운데 이는 한국사회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기존 신앙을 철저히 끊는 서구식 개종이 아니라 기존 신앙 위에 새로운 신앙을 더하는 혼합주의적 특징을 보인다”며 “이로 인해 성경의 가르침과 무관한 관습이 신앙 안에 혼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전 한 조사에서는 개신교인의 30~40%가 불교의 윤회와 해탈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일각에서 성경 읽기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애실 사모가 이끄는 ‘어? 성경이 읽어지네!’, 조병호 박사의 ‘통성경학교’ 등을 필두로 성경의 쉽게 읽고 맥락을 파악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성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한성서공회도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다음세대를 위한 공인역 새한글성경을 지난달 완역해 출판했다.

최 목사는 성도들이 말씀을 깊이 있게 접하도록 목회자가 바른길로 안내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는 것을 넘어 그 말씀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목회자에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신학교육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