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마자 “김정은은 핵보유국”이라 말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와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WHO 탈퇴와 불법 이민 ‘국가비상사태’ 선언,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 가담자 1500여명 사면 등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회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행정명령 등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서명 도중 취재진의 북한 관련 질문에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답했다. 이어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김정은)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핵보유국 용어 사용을 자제해 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날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선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고 “한국이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며 “내가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녀석(cookie)”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이행을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한 트럼프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 파트너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단 하루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우리의 승리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에서, 더 중요하게는 아예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