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하루 1.2명씩
안전사고로 숨져…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 안타까워
안전사고로 숨져…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 안타까워
‘꽈지지직 우르릉 쾅쾅쾅.’ 토요일이었다. 작업이 좀 일찍 끝나 오후 2시30분 현장에서 나왔다. 주차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차에 막 올라타려던 참이었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2022년 4월 9일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짜다. 내가 일하던 현장에서 오후 2시40분 붕괴 사고가 터졌다.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데크플레이트(철근 일체형 거푸집 바닥판)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타설공 4명이 4m 아래로 추락했다. 1명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다.
딱 10분 차이였다. 사고가 터진 101동이 아니라 내가 망치질하던 104동이었을 수도 있었다. 오가며 눈인사하던 타설 아저씨들이 아니라 나에게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우리 현장에선 사망자가 없었지만 설령 사망자가 나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고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9~2023년 데크플레이트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총 15명이다.
등골이 서늘했다. 불행이 타설 아저씨들을 덮친 게 아니었다. 행운이 몇 곱절 더해져 내가 살았다. 난 단지 운이 좋았다. 내가 낸 책 두 권에서, 또 이후의 여러 칼럼에서 꾸준히 건설현장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날 비로소 체감했다. 나 또한 언제든 망치질하다 죽을 수 있다는 걸.
모든 사망사고는 비통하다. 누구의 목숨이든 똑같이 소중하다. 그것이 대형 참사든, 매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망사고든. 그런 이유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더더욱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는 한편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을 건설노동자를 생각하게 된다. 눈물 날 만큼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한꺼번에 죽지 않아서(한마디로 뉴스거리가 안 돼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수히 많은 건설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말이다. 그리고 그걸 알리는 게 ‘글 쓰는 노가다꾼’인 내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럼 한 번 묻자. 지난 10년간(2014~2023년) 건설 현장에서 몇 명이나 죽었을까. 10명? 100명? 놀라지 마시라.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무려 4422명이다. 연평균 442.2명이요, 하루 1.21명꼴이다. 김훈 작가가 어느 강연에서 얘기했듯 그야말로 매일매일 “퍽퍽퍽 몸통 깨지는 소리가” 공사판에 울려 퍼진다.
자료에서 주목할 건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10년간 사망자 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2023년 매년 사망자는 434명, 437명, 499명, 506명, 485명, 428명, 458명, 417명, 402명, 356명이다. 매년 400명 이상 죽었다. 2023년에 처음 400명 아래로 줄었다(이게 정말로 줄어든 건지, 한시적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더 주목할 건 사망자 비율이다. 2023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는 2063만7107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노동자가 223만3184명이다. 10.8%다. 다시 말하지만 10.8%다. 문제는 산업별 사망자 비율이다. 2023년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전체 노동자는 812명이다. 이 가운데 356명이 건설 현장에서 죽었다. 43.8%다. 다시 말한다. 43.8%다. 대단히 이상하지 않은가. 노동자 비율은 고작 10.8%인데, 사망자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지난 10년 자료를 봐도 모두 비슷한 추이다. 한마디로 다른 산업에 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죽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거다.
참고삼아 현장 관계자에게 들은 얘기 좀 해보자(사실이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본인 혈액형 적어 다니는 직업이 딱 두 개란다. 군인과 건설노동자. 그렇다. 우린 안전모에 혈액형 적고 다닌다. 전쟁터에서 총칼 들고 싸워야 하는 군인만큼이나 언제 피 흘리며 쓰러질지 모르는 직업이 바로 건설노동자인 거다. 오죽하면 아침에 현장 들어갈 때마다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까. “우리, 살아서 봅시다. 허허.”
송주홍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