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피검사하더니… 과잉 채혈 年 211만회

입력 2025-01-21 02:09
상계백병원 제공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평균을 초과해 이뤄지는 혈액검사 횟수가 연간 211만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를 뽑아 백혈구와 적혈구 등의 수치를 파악하는 일반혈액검사(CBC)가 과도하게 시행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023년 입원이 30건 이상 발생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719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입원환자 일반혈액검사 현황’을 20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가 평균을 초과해 211만회 시행됐고, 채혈된 양은 최소 6334ℓ에 달했다. 이는 1인당 400㎖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만5835명에게 헌혈할 수 있는 양이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선 혈액검사가 환자에게 과도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혈액검사 13개 항목에는 진단검사료 명목의 건강보험 수가가 각각 적용되는 데다 시행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환자 1명이 입원 기간 30일 동안 실시하는 혈액검사 평균 횟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12.8회, 종합병원 7.5회, 병원 6.3회다. 백혈구, 혈색소 등 5가지 혈구세포를 함께 확인하는 혈액검사는 1회당 수가가 약 4400원으로 책정된다.

일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 횟수가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검사 횟수가 전체 평균보다 1.5배 이상 높은 의료기관은 120곳에 달했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 1곳과 종합병원 8곳도 평균 대비 1.5~2배 많은 혈액검사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혈액검사를 평균보다 2배 이상 시행하는 의료기관 17곳은 모두 병원급 의료기관이었다. 병원급에서 혈액검사를 평균 대비 1.5~2배가량 시행한 곳도 전체(1344곳)의 7%(94곳)에 달했다. 특히 병원급에선 유사한 진료를 하는 다른 의료기관과 비교해 혈액검사 횟수가 11.66배 더 많은 병원도 있었다.

박은철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혈액검사는 원가보존율이 좋은 진단 검사 중 하나”라면서 “불필요한 검사는 줄일 수 있도록 의료계는 자정 작용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과잉 검사하는 병원에 대한 정밀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