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7층 판사 집무실 통제구역 앞. 전날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유리 출입문은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흥분한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다니며 통제구역을 뚫었던 폭력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찾은 서부지법은 폭력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참혹한 모습이었다. 청사 7층 판사 집무실 구역 입구뿐 아니라 8~9층 판사 집무실 통제구역 입구에 있는 유리문들도 모두 부서져 있었다. 깨진 유리문은 철제 틀로 대체됐다. 1~6층 통제구역의 유리문은 파손되지 않았다. 시위대가 폭력 사태 당시 판사 집무실이 모여 있는 7~9층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위대가) 소화기를 던져 집기를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며 청사 7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판사실 중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하고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지법 1층도 전날의 참상이 정리되지 못한 상태였다. 시위대가 청사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철제 셔터와 유리문을 부쉈던 우측 입구는 출입이 통제됐다. 부서진 유리문은 플라스틱 재질의 가벽과 테이프 등으로 봉쇄됐다. 청사 외곽 벽면에 파손된 부분은 샌드위치 패널이 임시로 설치될 예정이다.
서부지법에 불법 침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당시 법원 집기를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며 파손했다. 1층 입구 민원청사실 우측 유리문도 깨진 채 임시 플라스틱판과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당직실 출입문 보안장치는 뜯겼고, 남측 계단실로 이어진 통로 앞 1층 유리창도 깨져 법원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법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물적 피해 금액은 6억~7억원에 달한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는 물론 CCTV 저장장치와 출입통제 시스템,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 미술 작품까지 모조리 파손됐다.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을 당시 청사 방호를 맡은 법원 직원 10여명은 1층에서 음료수 자판기 등으로 시위대의 출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에 현관이 뚫리자 방화벽을 일부 작동시키고, 직원 24~25명이 옥상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방어용으로 출입문을 의자로 막아둔 채 1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청사 내 시위대가 진압되자 직원들은 2차 침입에 대비해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지하 2층 설비실로 이동했다. 법원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상 상해를 입은 직원은 없지만 정신적 트라우마가 큰 상황으로 파악됐다. 천 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이번 사태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서울서부지법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치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은 50명을 투입해 청소와 정리를 마치고 법원 업무를 정상화했다. 경찰을 상시 배치하는 등 출입 절차를 강화하고 차량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또 외부인은 사건번호와 방문 목적이 확인돼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민원 상담 업무는 24일까지 중단된다. 파손된 유리창 등도 24일 설치될 예정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